언론이 본 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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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살며 생각하며]황제나비 - 강은교 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
2017.06.12 조회수 1126
[문화일보/살며 생각하며]황제나비 - 강은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강은교문예창작학과 교수 거기엔 원래 식당이 하나 있었다. 목련 한 그루가 있어 봄이면 맨 먼저 그 식당 앞은 화사한 옷을 입곤 했다. 그 식당 조금 지나면 등꽃이 가득 피어 매달린 쌀집이 있었고…. 언젠가 딸네와 함께 그 식당엘 들어간 적이 있었다. 시아버지인 듯싶은 할아버지가 주문을 받고 며느리인 듯한 아주머니가 음식을 나르는….그런데 어느 날인가 그 집 유리창에 ‘웰컴 투 우다다’라는 초록빛 글씨가 나타났다. 자세히 보니 ‘우다다’라는 초록색 서각이 지붕 및 현관 위에도 떡하니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자그만 4층짜리 빠알간 벽돌집에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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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강신준 칼럼]짝사랑과 97년 임금체계 논의의 기억 - 강신준 경제학과 교수
2017.06.12 조회수 1023
[한겨레/강신준 칼럼]짝사랑과 97년 임금체계 논의의 기억- 강신준 경제학과 교수강신준경제학과 교수 사실 연공형 임금체계와 기업별 교섭구조는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개정 노동법을 통해 이미 그 생명이 다한 지 오래다. 비정규 노동, 초기업 교섭구조, 사회안전망 등 당면의 노동의제들도 임금체계 개편에서 해법의 열쇠를 찾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불편한 진실은 참여정부의 실패일 것이다. 그러나 이 실패는 상당 부분 국민대중의 착시에서 비롯되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영화 의 흥행과 문 대통령의 초기 행보에 국민이 보낸 적극적인 호응이 그것을 말해준다. 대중은 이명박과 박근혜를 통한 반면교사의 학습을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자신들의 착시를 어느 정도 바로잡은 것으로 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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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세상 읽기]지방 포르노그래피와 향토의 맛 - 권명아 한국어문학과 교수
2017.06.12 조회수 1000
[한겨레/세상 읽기]지방 포르노그래피와 향토의 맛- 권명아 한국어문학과 교수권명아한국어문학과 교수 유머 게시판에 캡처된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설명에는 ‘○○대게 조형물’과 ‘△△인삼 동상’이라고 적혀 있다. 캡처된 사진과 캡션만으로 조롱과 희화화가 넘쳐났다. 캡처된 이미지만으로 대상을 폄훼하는 방식은 혐오발화와 다르지 않고 전시되는 방식은 포르노그래피를 닮았다. 여성 신체가 절취되어 전시되듯 지방은 ‘향토’라는 신체로 절취된다. 지방 포르노그래피에서 향토는 ‘야만적’일수록 맛있고, 맛있어야 할 뿐이다. 조롱거리로 전시된 지역 조형물이 지역-토산물의 조합인 건 향토에 대해 입맛을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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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여성논단]페미니즘이 존재론적 사건이자 해방의 사상인 이유
2017.06.08 조회수 977
[여성신문/여성논단]페미니즘이 존재론적 사건이자 해방의 사상인 이유- 권명아 한국어문학과 교수권명아한국어문학과 교수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건 그동안 보이지 않던 다른 세계 보는 것 전혀 다른 혹은 이질적 현실을 살게 된다는 점에서 존재론적인 것 1930년대 잡지를 보면 경성 거리에서 굶어 죽거나 병들어 죽는 여성들이 너무나 많아져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는 기사를 볼 수 있다. 그녀들은 잡지나 신문의 쪼가리 기사로 등장하지만, 당대에도 후일에도 그녀들의 말과 삶을 복원할 방법은 없다. 사회 문제로 분류돼 그녀들의 삶과 목소리는 마치 인화할 방법을 알 수 없는 ‘네거티브 필름’처럼 우리에게 전해진다. 페미니즘은 이처럼 말과 기록을 갖지 못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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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인문학 칼럼]표현의 자유에 대한 또 하나의 질문 - 홍순권 사학과 교수
2017.06.08 조회수 1082
[국제신문/인문학 칼럼]표현의 자유에 대한 또 하나의 질문- 홍순권 사학과 교수홍순권사학과 교수영화 '나는 노무현입니다'가 개봉 10일 만에 관람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나는 노무현입니다'는 사실상 다큐멘터리이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일반 상영관에서 흥행에 성공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드문 예에 속한다. 어쨌든 '나는 노무현입니다'의 흥행 성공은 이례적이면서 또한 다큐의 성공 가능성과 기대치를 높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대선 직후 정권교체라는 현재의 정치적 국면이 흥행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세평도 있고, 또 고 노무현 대통령의 8주기를 맞아 그에 대한 추모 열기가 더해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다큐의 진정한 힘은 진실의 힘이라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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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강신준의 정의로운 경제]새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가 성공하려면 - 강신준 경제학과 교수
2017.06.08 조회수 944
[부산일보/강신준의 정의로운 경제]새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가 성공하려면- 강신준 경제학과 교수강신준경제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의 초기 행보로 화제가 만발이다. 특히 첫 외부 공식일정이었던 인천공항공사 방문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방문에서 그는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하고 공공기관 평가에서 정규직화 지표를 중요하게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공항공사는 곧바로 비정규직 1만 명의 정규직화를 추진하였고 다른 공공기관들도 잇따라 정규직화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이것이 신호탄이 된 것일까? 민간부문으로도 이 흐름이 번지고 있다. 에스케이 그룹, 롯데 그룹, 농협 등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초기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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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세상읽기]대통령의 리더십 - 김대경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2017.06.08 조회수 1071
[국제신문/세상읽기]대통령의 리더십- 김대경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김대경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연일 파격 그 자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 그것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방식, 인사 등을 비롯하여 인수위 없이 출범한 정부 초기에 대통령의 단독 플레이가 화려하고 신선하다. 대통령이 스스로 커피를 타서 마시고, 스스로 윗옷을 벗는 것이 저녁 시간의 주요 뉴스가 되는 시대가 새삼스럽다 못해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일단 국민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지난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발표에 의하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84%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앞으로 '직무수행을 잘할 것이다'는 응답도 88%에 달했다. 언론의 보도 경향 역시 매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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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강신준의 정의로운 경제]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를 줄일까 늘릴까 - 강신준 경제학과 교수
2017.05.25 조회수 1035
[부산일보/강신준의 정의로운 경제]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를 줄일까 늘릴까- 강신준 경제학과 교수강신준경제학과 교수 새 대통령의 첫 업무지시가 일자리위원회의 설치라고 전해진다. 이 문제에 대한 그의 높은 관심과 의지를 보여 준다. 이와 관련해 그의 공약에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설치가 들어 있는데 이는 새로운 기술 분야가 일자리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먹거리 산업'이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그런데 필자도 최근 외부 강의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받는 질문은 대통령의 인식과 정반대의 것이다.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줄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들이 대폭 점포를 감축하면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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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인문산책]바보 사위와 사월 십오일 - 김성언 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
2017.05.24 조회수 1218
[부산일보/인문산책]바보 사위와 사월 십오일- 김성언 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김성언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 한국고전문학계에서 단연 뛰어난 이야기꾼 가운데 한 분이 이훈종 선생이다. 말솜씨 못지않게 글도 어찌나 재미있는지, 퇴직할 때 기백 권의 고서를 다 버리면서도 선생의 낡은 이야기책 하나는 고이 집으로 모셔왔다. 1969년 여성동아 4월호의 부록으로 나온 가 그것인데, 혼자 낄낄거리며 보다가 정신 나간 놈이란 오해를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고등학교 교사 시절 선생이 해 주신 이야기 가운데 기억나는 게 하나 있다. 옛날 딸부자 영감이 살았는데 여섯 딸 다 시집보내고 막내 하나가 남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끝순이를 위해 이 딸바보가 물색 끝에 마침내 사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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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세상읽기]5월 단상 - 전성욱 한국어문학과 교수
2017.05.24 조회수 1150
[국제신문/세상읽기]5월 단상- 전성욱 한국어문학과 교수전성욱한국어문학과 교수 어느 누군가는 5월을 일컬어 민망한 달이라고 했다. 평소에 하지 않던 일들을 그달에 몰아서 해내야만 하는 어떤 겸연쩍음을 그렇게 말한 것이리라. 얼마 전에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몇몇 학생이 다가와 편지를 건넸다. 연구실로 돌아가 그 수줍은 마음들을 흐뭇하게 느끼다가, 주고받는다는 것의 간단치 않은 의미를 생각해보니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른바 김영란법이 적용되고 난 후에 처음 맞는 스승의날이었다. 그동안 받아오는데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그 법은 너무 매정하게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자기를 스스로 통치하지 못하고 일상의 곳곳에서 법의 지배로 통치당해야만 한다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